지리산에서 낙동강까지. 4대강사업 반대 도보 순례단 ‘생명 평화의 바람’ 9박 10일의 일정이 모두 지났습니다.
'바람'을 후원, 응원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와 연대의 인사를 전하며, 그 동안의 발자취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바람’이 지나온 장소는 사람이 행복한 곳 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행복한 장소는 사람만 있는 곳이 아닌 자연과 생명이 함께하는 공간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불어온 바람은 4박 5일 동안 지리산을 흐르며 점점 더 행복해졌습니다.
2일~5일(지리산 종주)
2일 남원에 모인 40여 명의 ‘생명 평화의 바람’은 지리산으로 가기 전 남원 초록배움터에서 첫 하루를 지냈습니다. 첫 만남은 언제나 어색함과 긴장감이 돌기 마련이지만, 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서인지 금방 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각기 다른 신발들처럼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었지만, 생명과 평화를 향한 한 마음으로 ‘바람’은 따듯한 바람으로 응집되기 시작했습니다. 새벽에 일찍 나오느라 청소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려요.^^

3일 아침에는 지리산 화엄사에서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서로를 격려하며 노고산 대피소에서 둘째 날을 보낸 바람은 넘기 힘든 계곡을 만날 때마다 조금씩 지치기도 했지만, 산 밑에서 올라오는 구름을 따라 함께 지리산을 올랐습니다. 도중에 부상자가 생기기도 하고, 일정이 지연돼 밤에 산행을 하다가 곰을 만나기도 했지만 -_-;;, 지리산에 오르시던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지리산을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산행을 하는 저희를 보던 분들은 무엇 때문에 대학생들이 이곳에 오게 되었느냐고 묻기도 하셨습니다. 바람이 모인 목적을 말씀드리자, 어느 분들은 먹을 것을 나눠주거나 후원금을 전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노고단에서 연하천과 벽소령을 지나 천왕봉에 다녀온 저희는 안동에서 하회황토건축학교에 머물었습니다. 부상 때문에 혹은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 몇 명이 끝까지 저희와 함께하지는 못하게 되었지만, 산을 넘어오며 뭉쳐진 바람은 남은 일정을 여태보다 더 힘차게 나갈 힘을 모았습니다. 강을 따라 불어갈 바람은 황폐해져 식어가는 낙동강에 따듯한 생명의 온기를 심어갈 것입니다.

8월 6일 [안동하회마을]
드디어 낙동강을 따라서 걷는 첫 날, 안동화회마을의 병산서원 앞에서 반가운 손님을 만났습니다. 자신을 참여연대에서 일한다고 밝힌 시민 한분이 ‘바람’을 보더니 힘내라며 물과 아이스크림을 사주시고 가셨답니다.
힘 받은 우리들은 안동의 깍아 지는 듯 한 절벽과 모래톱 위를 걷다가 하회마을로 들어가는 산길을 걸었습니다. 안동을 휘감고 흐르는 낙동강 물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부용대로 건너가기 위한 나루터까지 다다랐습니다. 그러나 폭우가 쏟아져 한동안 걸음을 멈추어야 했답니다. 그러나 하늘도 우리의 걸음을 재촉하는 듯 비가 그치고, 나룻배를 타고 부용대로 향했습니다.


부용대위에서 지켜본 낙동강은 정말로 아름다웠습니다. 이런 곳에 한 때 보를 설치하겠다고 생각했던 이명박 정권이 황당할 따름입니다. 낙동강을 따라서 걷던 중간에 사진을 찍고 있던 지율스님을 우연히 만났는데, 내일 보자며 황급히 자리를 피하셨답니다. ^^
오늘 숙소는 대구에서 온 청소년들과 함께 했습니다. 대구 앞산마을 학교라고 하는 곳인데, 이들도 4대강 반대의 마음을 가지고 왔다고 합니다. 반갑고 기특합니다.
밤에는 부산의 시민단체인 생명그물에서 이준경 씨가 오셔서 12시까지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유익하고 알찬 강연이었습니다. 하회황토건축학교에서 오늘하루도 무사히 마쳤답니다.
8월 7일 [하회황토건축학교 ~ 경천교 오리섬 ~ 상도촬영지]
아침 7시부터 안동대에서 정기영 교수님이 오셔서 ‘바람’과 함께 낙동강 상류의 제방 길을 걸었습니다. 정기영 교수님은 모래와 자갈의 필터작용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준설을 통해 더러운 물을 많이 만드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4대강을 반대하든 찬성하든, 인간의 입장이 아닌 자연의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씀해 주셔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였습니다.
제방 길을 걷다가 구담교에서 처음으로 파헤쳐진 낙동강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준설된 모래가 낙동강 물길을 막고 있는 걸 보니 다시 한 번 4대강을 흐르게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후에는 걸을 수 있는 길이 없어, 트럭을 타고 삼강마을 까지 갔습니다. ‘강과 습지를 사랑하는 상주사람들’의 회원이신 한 분이 트럭을 대여해주셔서 편히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생명그물에서 아이스크림을 제공해주셔서 대원들의 많은 환호를 받았답니다. 매일 주변 분들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오늘도 바람은 힘차게 걸음을 옮깁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도시락을 싸서 가지고 온 주먹밥으로 점심을 먹고, 영강의 옆 정자에서 휴식을 가졌습니다. 지리산 종주와 더운 여름날씨 때문에 부상자가 속출했습니다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걸어갑니다.

식사를 마친 이후, 서로의 어깨를 잡으며 낙동강 물을 건넜습니다. 이곳은 공병부대가 공사를 맡는다고 해서 논란이 된 지역입니다. 이후에는 또 다시 공사현장입니다. 낙동강 700 리 시발비를 지난 ‘바람’은 남쪽으로 남쪽으로 흘러갔습니다. 그러나 강은 제대로 흐르지 못했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드라마 상도촬영지입니다. 지율스님과 강과 습지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낙동강을 지키려는 시민들이 함께 야영을 하는 날입니다. 그런데 도통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리산종주에 이어 너무 많이 걸었나 봅니다.
저녁 6시, 이제 트럭을 탈만도 한데 사람들은 좀처럼 포기하지 않습니다. 밤 8시 해가 다 떨어지고 나서, 집행위원장이 중단을 권고한 이후에야 트럭에 오릅니다. ‘바람’대원들의 오기와 열기가 4대강을 반드시 막아낼 거라 믿습니다.
밤에는 많은 분들과 함께 ‘바람’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3분 동안 모든 불을 끄고, 침묵 속에서, 강이 흐르는 소리 풀벌레가 우는 소리를 듣고, 하늘의 별을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별의 모습에 다시 한 번 감탄합니다. 이 정권은 이들의 소리와 별을 볼 수 있을까요? 포크레인 소리만을 사랑하는 사람은 결코 들을 수 없는 생명과 평화의 소리였습니다.
모기장 하나와 매트하나로 야영이 시작됐습니다. 조금 춥기는 했지만 너무 피곤해서인지 모두들 이내 잠이 들었습니다.
8월 8일 [상도촬영지 ~청룡사 ~ 상주보]
아침 일찍 눈을 뜨자마자 지율스님과 함께 상주보로 향했습니다. 상주보는 현대건설이 공사를 하고 있는 곳입니다. 상주보로 가기 전 청룡사라는 절을 지납니다. 그 위에서 내려다 본 낙동강의 모습은 참담했습니다. 모래로 뒤덮인 낙동강, 모래에 갇힌 낙동강의 색깔은 녹색이었습니다. 녹조가 낀 낙동강,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녹색뉴딜인가 봅니다.


지율스님은 모래를 파고 제방을 높이올린 옆의 마을들을 가리키며 홍수가 나면 모두 잠길 것이라고 걱정하셨습니다. 예상수몰지역을 지도에 직접 표시를 하기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편리 때문에 파괴되는 자연을 보며 마음 아파 하셨습니다.

상주보 건설현장을 지나 강창교까지 걸었던 길은 사막과 같았습니다. 모래뿐인 언덕에서 어떠한 생명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부상자가 생기기도 하고, 열악한 환경에 힘들어 하기도 했지만, 낙동강이 파헤쳐진 모습을 본 대원들은 결코 멈추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지친 대원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동안 제대로 씻지도, 자지도 못했던 대원들은 ‘승곡농촌체험학교’에서 달콤한 휴식을 가졌습니다. 승곡농촌체험학교의 배려로 전체 숙소를 빌릴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냥 휴식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밀린 빨래도 하고, 지금까지의 일정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습니다. 빨리 4대강사업의 진실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냈습니다. 조별토론과 학습시간도 빠질 수 없죠.
다음날은 해평습지로 갈 예정입니다. 그
곳으로 가는 길은 얼마나 파괴되고 있을지, 하루라도 빨리 4대강을 그냥 흐르게 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8월 9일[해평습지]
오전에는 다음날 있을 문화제 준비를 했습니다. 각 조에서 마련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보면서 벌써부터 문화제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오후에 해평습지를 향해 출발합니다.
해평습지로 가는길에 공사현장 중 일부를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푸른 녹지혹은 습지였을 공간이 사막과 같이 변해 버렸습니다. 서있기조차 뜨거운 이곳의 과거는 어떠했을지, 아쉬우면서도 안타까울 뿐입니다.
해평습지의 모습입니다. 옛 철새들의 낙원, 해평습지...
이제는 그 옛 자취를 찾기조차 어려울 정도입니다. 원래 이 곳은
새들의 발자국으로 가득찬 모래밭이었지만 지금은 물이 고인 채 썩어가고 있습니다.
8월10일[함안보~부산 서면]
함안보에서 크레인 위에서 농성하시는 두 분과 핸드폰으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태풍이 불어온다는 소식에 많은 국민분들께서 우리를 걱정해 주시고 있는 것을 압니다. 이러한 걱정에 깊이 감사드리며, 우리 또한 자연의 힘에 맞서서는 안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요구조건이 아무것도 수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대로 내려갈 수는 없습니다."
자연의 가치를 도외시하고 개발만을 우선시하는 4대강 사업..
언젠가 인간들은 그 댓가를 치루어야 할 것입니다.
(8월 10일, 함안보 고공농성 지지 기자회견)
하지만 우리의 간절한 바람과
(함안보 고공농성 지지 기자회견)
이를 표현하는 행동으로 막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8월 10일, 부산 서면 문화제)
4대강 사업 반대, 생명평화 도보순례 ‘바람’을 도와주신 분들
사람연대, 전국노동자회,인연맺기운동본부, 행동하는 의사회, 사회당, 진보신당, 인천사람연대, 지리산초록배움터, 지리산생명연대, 지리산사람들, 생명그물, 강과 습지를 사랑하는 상주사람들, 승곡농촌체험학교, 하회황토건축학교, 의평마을회관, 신림리 마을회관, 김병관, 지율스님, 서울대학교 운하반대교수모임, 한살림, 성균관대학교 사회과학학회 디딤돌,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생회 "ucc", 국민대학교 동아리연합회, 한국교원대 총학생회 "청람대로", 한국교원대 동아리연합회, 그 외 수많은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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